"컬처블룸"으로부터 무료로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
내 고장 칠월은
청포도가 익어 가는 시절
이 마을 전설이 주저리주저리 열리고
먼 데 하늘이 꿈꾸며 알알이 들어와 박혀
하늘 밑 푸른 바다가 가슴을 열고
흰 돛 단 배가 곱게 밀렷 오면
내가 바라는 손님은 고달픈 몸으로
청포(淸泡)를 입고 찾아 온다고 했으니,
내 그를 맞아 이 포도를 따 먹으면
두 손은 함뿍 적셔도 좋으련
아이야, 우리 식탁엔 은쟁반에
하이얀 모시 수건을 마련해 두렴
청포도 - 이육사
청포도와 광야로 유명한 시인 이육사에 대한 책입니다
문체가 요즘 말투가 아니고
첫 파트에 나오는 "나"가 주인공인 줄 알았는데 "나" 의 조카가 주인공이더라구요
그 때문에 소설인데 "나(조카)"의 이모가 쓴 에세이를 보는 것 같았어요
읽어보면 독립 운동을 했던 그시기부터 불과 얼마 전 촛불혁명까지 시간순으로
이때는 실제로 이런 일이 있었구나를 알 수 있어서 더 사실적으로 느껴지더라구요
학교 다닐 때는 시만 배워서 시인인 줄 알았는데 수필도 번갈아가며 쓰셨더라구요
다른 꽃이라는 시만 알았는데 같은 제목의 이런 시도 알게 됬네요
동방은 하늘도 다 끝나고
비 한방울 나리잖는 그 때에도
오히려 꽃은 빨갛게 피지 않는가
내 목숨을 꾸며 쉬임없는 날이여
북쪽 툰드라에도 찬 새벽은
눈 속 깊이 꽃 맹아리가 옴자거려
제비떼 까맣게 날아오길 기다리나니
마침내 저버리지 못한 약속이여
한 바다 복판 용솟음치는 곳
바람결 따라 타오르는 꽃성에는
나비처럼 취하는 회상의 무리들아
오늘 내 여기서 너를 불러 보노라
읽으면서 독립에 대해서 많은 생각을 하게됬는데
갠적으론 지금은 반쪽뿐인 독립이라고 생각해서
앞으로 완전한 독립을 위해서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
이육사 - 광야
까마득한 날에
하늘이 처음 열리고
어데 닭 우는 소리 들렸으랴
모든 산맥들이
바다를 연모해 휘달리 때도
차마 이곳을 범하던 못하였으리라
끊임없는 광음을
부지런한 계절이 피어선 지고
큰 강물이 비로소 길을 열었다
지금 눈 나리고
매화 향기 홀로 아득하니
내 여기 가난한 노래의 씨를 뿌려라
다시 천고의 뒤에
백마 타고 오는 초인이 있어
이 광야에서 목 놓아 부르게 하리라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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